도시 레벨링 지도: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1차시는 경기시민예술학교 성남캠퍼스 기획 의도 및 목표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시작한다. 예술가 시민과 비예술가 시민들이 모여, 우리가 사는 도시의 역사와 환경과 생태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고 교류할 수 있는 예술학교를 지향한다. 이에 본 수업은 강사의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강사와 참가자, 참가자와 참가자 사이의 대화를 통해 완성되어 가고자 한다.
도시 레벨링 지도: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by 알투스통합예술연구소
1) 공공예술이라는 용어와 정의
공공예술이란 한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현재진행형의 예술이다. 참가자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공공예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정한 장소-판교-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참여자의 의견에 대해서 각자의 경험을 나눈다. 예술가의 진정성, 공공예술과 장소성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축제 등 비정형적 예술도 공공예술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사전적인 의미, 포괄적인 개념으로 보자면 공공예술이란 공공의 장소에 놓여진 예술이다. 환경조각부터 장소특정적 예술, 사회참여적 예술 등 다양한 공공예술을 담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정의로 보인다. 이처럼 공공예술을 한 단어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도시 속의 예술’을 수식하는 여러 가지 단어들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해당 장소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 도시에 예술품을 갖다 놓거나 도시를 예쁘게 꾸미는 것 모두 도시에 필요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관계맺기에 집중하여, 많은 고민 끝에 도시 레벨링 지도: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는 2021년, 공공예술이라는 용어를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공공예술
: (도시를 ‘전유’할 권리를 전제로) 균질화되어가는 도시에서 ‘다름’을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
2) 공공예술과 주거
도시 레벨링 지도: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에서는 도시공간/도시의 삶에 대한 고민을 담아갈 예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주거란 나의 집과 집 근처의 공원과 내가 이용하는 교통과 다니는 학교와 내 지역의 문화예술공간과 그 모든 것을 포괄한다. 더군다나 성남은 주거의 목적을 위해 생성된 도시라는 것을 기억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다 보니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을 자본이나 정치 논리가 아닌 제3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지 생각해본다.
이에 따라 도시의 주거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그 고민을 담아 예술적 문제해결의 사례를 보여주는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예시로서 ‘7000그루의 떡갈나무 프로젝트’, ‘골든게이트하이츠 주민협회’, 그리고 ‘파크 픽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한 대략적인 개요, 특징, 우리가 고민할 부분 등을 살펴본다.
+ 7000그루의 떡갈나무 프로젝트(7,000 Eichen)
홈페이지: www.7000eichen.de
기획: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
시기: 1982년-1987년, 이후 비영리단체인 <7,000그루의 떡갈나무 파운데이션(Stiftung 7000 Eichen)> 에 의해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되고 있다.
장소: 카셀(독일)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는 독일 카셀시(Kassel) 곳곳에 수년 동안 7,000그루의 떡갈나무를 현무암 기둥과 함께 심었다. 녹색당 당원이었던 보이스의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무분별한 도시화에 반대하며, 사회생태학적 관점을 보여주고자 한 예술적·생태학적 운동이었다. 선구적인 예술가의 구상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대부분의 새로운 시도들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만큼 초반 많은 비난과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지속적인 활동으로 점차 도시생태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변화·성장시켰다.
+ 골든게이트하이츠 주민협회(Golden Gate Heights Neighborhood Association)
골든게이트하이츠 주민협회 홈페이지: www.goldengateheights.com
16번가 타일 계단 프로젝트 홈페이지: www.16thavenuetiledsteps.com
숨겨진 정원 계단 프로젝트 홈페이지: www.hiddengardensteps.org
기획: 골든게이트하이츠 주민협회 위원, 지역 주민들, 콜렛 크루쳐, 에일린 바(예술가)
시기: 2003년-현재
장소: 샌프란시스코, 미국
<16번가 타일 계단 프로젝트>는 2003년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하이츠 지역(Golden Gate Heights) 모라가 스트리트(Moraga St.)에 위치한 163칸의 계단에 바다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타일 모자이크화를 제작하기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력으로 진행되었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과 사회를 변화시킨 이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2010년 <숨겨진 정원 계단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2011년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커뮤니티 아트상과 2016년 NEN NEN(Neighborhood Empowerment Network) Award 최고의 지역사회 도전과제 부여 프로젝트 상을 수상했다.
+ 파크 픽션(Park Fiction)
홈페이지: www.park-fiction.net
기획: 파크픽션 프로젝트, 항구부두협회(Hafenrandverein), 함부르크 주민들, 크리스토프 셰퍼(Christoph Schäfer), 마르기트 첸키(Margit Czenki) 외 다수 예술가들
시기: 1995년-현재
장소: 함부르크, 독일
독일 함부르크의 항구 지역 부지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협회의 캠페인에서 시작되어 시민들의 공원(2005년 정식 개장)을 위해 시민운동단체 ‘항구부두협회’와 여러 예술가가 참여한 프로젝트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천명 이상의 주민들이 예술가들과 함께 기획한 집단적, 참여적 프로젝트로 도시개발에 대항해 주민들이 거둔 승리로 평가된다. 2013년 6월부터는 터키의 반정부 시위에 지지와 연대를 표하기 위해 <게지 파크픽션장크트파울리>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며, 참여적 예술 실천에 그치지 않고 카셀도큐멘타 등 여러 전시에 참여하여 예술 프로젝트로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3) 도시를 레벨링(rebelling)하는 일
도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중에서, 예술적 시각은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이는 자본주의의 해결논리가 아닌, 시나 행정이나 복지의 논리가 아닌, 새로운 논리일 것이다. 어쩌면 자본적으로, 금전적으로는 당장 마이너스일지라도 미래에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기에 가치를 두는 시선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지긋이 바라보게 되면 나의 도시에서 레벨링(rebelling), 즉 변혁이 필요한 부분이 드러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내가 사는 지역인 성남에 대해서 알아가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다음 시간에는 성남에서 있었던 역사적인 일들, 신도시로서의 성남이 개발되도록 했던 도시 계획의 수립과 실행 과정, 그리고 성남이라는 도시의 생태 환경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서 당장은, 혹은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문제를 고민하고 예술적 해결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기대한다.
예술은 다의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의미, 하나의 정답이 아닌 것을 내 삶으로 가져와 보자. 그것이 예술적 시선의 출발이다. 도시 레벨링 지도는 우리가 역사와 도시화와 생태라는 큰 맥락을 이해한 가운데 나의 도시를 꼼꼼하게 살펴볼 때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