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시는 성남환경운동연합 김현정 국장의 특강으로 진행된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역사, 환경, 생태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고 교류할 수 있는 예술학교로서, 지난 2차시와 3차시를 통해 도시가 있기 전 이 땅의 역사와 ’성남‘이라는 도시가 생겨나는 과정을 짚어보았다. 이제 마지막 특강인 4차시에서는 이 도시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도시의 생태: 도시 속의 자연, 그리고 가능성의 공간
by 지구의 벗 성남환경운동연합 김현정 국장
0) 시작하며
<우리 모두의 지구- 물과 숲과 공기> (몰리뱅 글 그림, 최순희 번역)라는 책에 나오는 ‘누구에게나 공짜인’, 그러나 제한된 자원을 마음껏 쓰다가 하나씩 하나씩 잃어가는 마을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의 모습을 돌아본다. 성남이 지금의 거대한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잃어왔는지, 그리고 더 이상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1) 성남환경운동연합에 대하여
환경운동연합의 46번째 지역조직으로, 성남에서 활동하고 있다. 생명, 생태, 그리고 평화와 참여를 단체의 중심 가치로 삼고서 자연과 인간이 도시 속에서 공존하며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현재 성남환경운동연합은 성남의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에 오늘의 주제인 ‘도시의 생태’라는 광범위한 대상 중, 탄소에 주목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참고: 탄소 중립이란, 탄소의 생성과 소모량을 동등하게 맞추어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도시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등의 매연을 줄이는 정책으로 탄소의 생성량을 억제하는 것이나 나무를 심고 공원을 조성하여 탄소를 소모시키는 것 등의 노력을 통해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
2) 도시와 탄소
도시는 탄소를 배출하며 발전하고 유지된다. 자동차, 공장, 쓰레기 소각 등 도시가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필연적으로 탄소의 배출량이 증가한다. 탄소의 배출을 아무리 억제해도, 결코 배출량이 0이 되지는 않는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탄소를 배출한다.
탄소를 없앨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는 광합성을 하는 녹색 생명체, 즉 식물이다. 그렇기에 도시에는 나무, 공원, 그리고 숲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 크고 작은 녹색 공간들을 지키고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성남의 성장
과거 조선시대로부터 성남은 중앙의 물길, 즉 탄천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거주하는 형태였다. 탄천과 지천을 따라 작은 마을들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도시의 외곽에는 청계산, 영장산, 그리고 남한산성이 존재했다.
성남시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은 1971년도의 도시계획부터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광주의 일부였던 땅이 ‘성남’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면서부터 이 도시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녹지로 가득했던 이 공간은 갈수록 여러 색깔로 알록달록해진다. 개발제한 구간, 보존녹지 지역들이 상업시설이나 아파트 등의 거주단지로 바뀌면서 도시는 성장해왔다.
어떤 초록은 사라지고 어떤 초록은 지금도 유지된다. 탄천, 청계산, 영장산, 남한산성 같은 성남의 핵심적인 자연물들은 4세기가 넘는 시간을 거쳐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우리는 이것들을 앞으로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
4) 성남 들여다보기
수정구와 중원구를 합치면 분당구의 크기가 된다. 땅의 크기, 인구의 크기에 비례하여 분당이 성남의 중심지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앞으로는 수정구와 중원구에도 고른 발전, 균등한 분배가 이루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처럼 데이터를 통해서 성남을 읽어본다.
4-1) 성남시 지목별 토지이용 현황
10년간 도시 변화 속에서 사라진 것, 반대로 더 많이 생겨난 것들을 살펴본다. 단적으로 논밭, 산은 계속 사라지고 있다. 반대로 대지(건물을 지은 땅)와 도로는 계속 늘어난다. 의외로 느껴질 수도 있는 사실인데, 도시가 정비되며 공원도 계속 증가한다. (하지만 환경적 측면에서 공원과 임야 중에서 고를 수 있다면, 성남환경운동연합은 임야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4-2) 성남시 기후변화 현황 및 전망
분당이 설립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성남의 연평균 온도는 1.6도 정도 상승했다. 현재 성남은 경기도 연평균보다 1.6도가 높다. 경기도 전체 지역 중에서 가장 더운 곳이 바로 성남시이다. 이는 경기도 안에서 단시간 내에 가장 고속성장한 도시가 바로 성남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시의 성장은 도시의 콘크리트화이고, 그렇기에 도시의 성장과 도시의 연평균 온도 상승은 비례한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인 도시는 점점 더 더워진다.
최근 경기도의 발표에 따르면, 10년 뒤 기후를 전망하며 경기도 총 256개의 동 중에서 가장 취약한 순서로 서열을 매겼을 때, 1등부터 8등까지는 모두 성남시 소재의 동으로 지목되었다. 성남시는 10년 뒤 여름, 경기도의 어떤 도시보다도 폭염에 시달리게 될 전망이다.
탄소중립, 기후변화라는 단어는 거창하지만, 사실 우리의 바람은 소박하다. 여름이 되었을 때 이상고온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그래서 여름에도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이 도시가 계속 더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5) 기후변화와 성남
콘크리트화를 멈추고 도시에 드러난 흙의 공간들을 만든다. 흙은 물을 머금는 창고의 역할을 하고, 더울 때는 물을 날려보내서 기화열로 온도를 낮춘다. 그래서 성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있는 수진동과 탄천의 산책로를 비교하면, 2~3도의 온도 차이가 날 것이다. 지금은 도시에 흙의 공간이 너무 부족해서, 여름에 특수차량이 도로에 물을 뿌리며 다니고 있다. 만약 우리 도시에 적당한 흙이 있었더라면, 적당한 수준으로 아스팔트가 깔려 있었더라면, 하천을 덮어서 도로로 만들지 않았더라면 그러한 물차는 없어도 되지 않을까. 지금처럼 강수량이 과거에 비해 반토막 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 성남의 어마어마한 땅값을 생각하면, 기존의 콘크리트를 없앨 엄두를 내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도 빈 땅이 생겨날 때, 경제적으로 생각하면 누구라도 건물을 짓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인간은 돈만 먹고 살 수가 없다. 게다가 재개발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중원구와 수정구의 1인당 공원면적은 각각 4.8, 수정구 6.8에 불과하다. 반면 분당구의 1인당 공원면적은 11.7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중원구와 수정구에는 더 많은 공원과 녹색이 필요하다.
6) 지속가능한 도시를 생각하며
6-1) 성남의 녹지
성남환경운동연합이 생각하는, “이곳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지역은 우선 율동공원의 광주와 성남이 맞닿은 라인이다. 이 녹지가 사라지면 분당구와 중원구의 동쪽편이 다 무너지기에, 현재 율동공원을 끼고 있는 영장산 지키기에 주력중이다. 또한 중원구 대원공원도 필히 사수해야 하는 지역이다. 특히나 대원공원 주변의 임야들이 많은데, 실은 이런 땅 대부분이 사유지이다. 도시의 녹지 보호를 위하여 성남시가 이 땅들을 구매해서 이 땅의 나무들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강력히 의견을 제보했고, 실제로 성남시가 이 지역의 임야들을 구매하고 있다.
6-2) 성남의 물
탄천에는 원래 15개의 보가 있었다. 농사를 지을 때는 보에 가둔 물이 농업용수로서 매우 유용했으나, 이제는 보는 원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탄천의 자연적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었다. 성남환경운동연합은 2015년부터 탄천 보의 철거를 강하게 요구하며 행동해왔고, 2018년에서야 단 한 개의 보를 철거할 수 있었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우리는 계속하여 나머지 14개의 보를 철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6-3) 성남의 마을 공동체
성남에는 마을활동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다. 사실 도시에는 공원만이 아니라 마을도 매우 중요하다. 성남환경운동연합이 작년부터 실행하고 있는 ‘자원순환가게’도 마을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폐페트병을 수거하고 깨끗하게 분리해서, 결국에는 섬유로 재활용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한두 개의 단체로는 불가능하며, 공동체의 힘이 필수적이다.
*참고- 의류를 해외수출하려면, 섬유에 일정 비율로 재활용 원료가 사용되어야 한다. 이때 섬유에 들어가는 재활용 원료는 폐페트병에서 추출하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섬유용 폐페트병을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왔다.
우리의 도시에는 기후변화처럼 당장은 보이지 않는 것, 물이나 쓰레기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것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것을 보일 수 있게 하는 일들을 통해서 우리의 도시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기를 바란다.
도시 레벨링 지도: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4차시는 우리가 지금 빌려 쓰고 있는 이 모습 그대로 도시를 후손에게 돌려줄 수 있을지, 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
- 줌(zoom)회의로 진행된 특강은 편집을 거쳐, 영상으로 공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