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프로젝트: 숨은 공원 찾기는 도시의 숨은 녹지를 찾고, 직접 도안해보고, 업사이클링을 하면서 일상을 새롭게 둘러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1차시에서는 동명의 프로젝트를 3년째 실행하고 있는 구래연 작가가 파크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소개를 진행한다.
숨은 공원 찾기
by 구래연(시각예술작가, 공공예술기획자)
공공예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이전부터, 나는 도시나 공간, 장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점차 기획 및 프로그래밍 활동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작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하였다.
파크프로젝트: 숨은 공원 찾기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비롯되었다. 어느 날 타 지역의 친구와 성남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친구는 내가 처음 듣는 공원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집 근처인데도 내게는 그 공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숨은 공원을 찾기로 했다.
우선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분당구를 구글 지도로 살펴보니 작은 공원들이 너무 많아서, 시청 홈페이지를 조사했다. 시청의 관리를 받고 있는 분당구의 공원들을 일일이 세어보니 총 127개였다. 예상보다 많은 숫자에 놀랐다. 나처럼,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숨어있는 공원을 알리는 것으로부터 파크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공공예술이라고 하면 야외에서 볼 수 있는 조각품, 미술관 밖에 놓인 미술품부터 떠올린다. 나는 그보다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예술, 커뮤니티 아트와 같은 지향점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파크프로젝트는 나의 첫 공공예술 프로젝트였고, 오직 개인작업에만 몰두해온 나로서는 여러 고민과 어려움이 따랐다. 시민과 어떻게 만나야 할지, 공공기관의 요구에는 어떻게 부응할지, 공원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접근방식은 어떠해야 할지 등의 고민들이 그것이다.
파크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찾아본 여러 공공예술 사례 중, 영국 런던의 캐슬린 벤 작가의 프로젝트가 큰 도움이 되었다. 하이드파크에서 진행했던 그녀의 프로젝트는 공원의 낙엽을 재활용한다거나, 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예술 스툴을 만들어서 이를 매개로 소통할 수 있게 하였다는 프로젝트 내용 면에서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지속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본받고 싶었다. 보기좋은 결과를 내고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기획하고 실행한 작가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들에 의해 프로젝트가 향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점이 크게 와 닿았다. 나 역시도 1회성으로 멋있게 결과를 내고 끝내기보다는 삶속에 젖어들게 하는 프로젝트를 추구하기에, 참고하기에 좋은 사례였다.
파크프로젝트를 위한 현황 조사, 해외 사례들 리서치를 한 후에는 이제 분당구 소재 공원들의 모양을 살펴보았다. 나는 시각예술을 하는 사람이니,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도의 초록색 모양들을 단순화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총 127개나 되는 공원을 한 번에 전부 작업하기는 어려우니 3년에 걸쳐 진행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오리에서 야탑을 거쳐 판교에서 종료하는 흐름이 되었다.
파크프로젝트: 숨은 공원 찾기의 예술적 표현 수단으로는 나의 작업인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실크스크린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티셔츠나 가방에 찍혀있는 그림이나 글씨도 실크스크린의 사례이다. 공업, 상업, 개인적인 용도로 두루 쓰이는, 대중적이며 어찌 보면 아날로그한 방식이다. 나는 숨은 공원들의 모양을 연구하고 단순화시켜 도안으로 디자인하고, 실크스크린 판을 제작하고, 시민들과 체험할 수 있는 판화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그리고 판화를 찍을 수 있는 이동식 카트를 제작하였다.
파크프로젝트: 숨은 공원 찾기 1년차의 시민 참여 프로그램은 중앙공원에서 실행했다. 현장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공원에 나온 주민들과 공원을 주제로 여유로운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될 것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어린이들이 몰려들어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대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렇게 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각자의 보호자, 부모님을 이끌고 돌아왔다. “어느 공원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이 무의미할 정도로,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중앙공원과 율동공원에 편중된 답변을 했다. 2년간의 설문조사에서 한두 명의 참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분당에는 마치 두 개의 공원이 있는 것처럼 통일된 대답을 했다. 숨은 공원을 알리는 일이 의미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1년차의 경험을 바탕으로 2년차 프로그램에서는 스태프를 대폭 늘리고, 어린이 프로그램도 별도로 준비했다. 또 실크스크린을 진행하느라 대화할 시간이 없을 경우를 대비하여 안내책자도 비치했다. 인터뷰, 설문조사를 전담하는 인력도 추가했다. 그렇게 해서 1년차에 비해 더 매끄러운 진행, 더 풍부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파크프로젝트: 숨은 공원 찾기는 매해 자료집을 제작했다. 자료집 제작을 위해 직접 공원들을 답사하고, 공원의 사물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흔히 놀이터라고만 생각한 장소들도 대개는 공원으로 분류된다. 공원마다 있는 가로등, 벤치, 시계, 경고문 같은 사물들도 얼핏 똑같아 보이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분당구에서 10년 이상의 긴 세월을 거주했지만, 성인이 되어 이사를 왔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추억이 별로 없었다. 파크프로젝트: 숨은 공원 찾기를 시작하며 분당 구석구석을 다니다보니, 그때부터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에 대한 애착이 생겨남을 느꼈다. 이렇게 좋은 공원과 환경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나는 몰랐구나, 다니던 길만 고집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길을 시도하고, 풍경도 더 세심하게 보고 있다.
2020년은 파크프로젝트: 숨은 공원 찾기의 마지막 3년차가 되는 해였다. 지금까지 2년을 잘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판교 지역을 배경으로, 더 크고 확장된 형태로 실행할 계획이었다. 실크스크린 프로그램 전담인원을 두 배로 늘리고, 공연 팀도 섭외하고, 공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코로나가 발생했다.
다들 그렇겠지만, 나 역시도 예상치 못한 변화로 인해 고민에 빠졌다. 파크프로젝트: 숨은 공원 찾기 프로젝트의 상징과도 같은, 공원에서의 실크스크린 체험 프로그램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영상작업에 눈을 돌렸다. 원래부터 기록용 영상에 대한 계획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적극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영화도 찍고, 뮤직비디오도 제작하고, 여러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각작업을 도출했다.
어떠한 형식일지라도, 결국 내가 파크프로젝트: 숨은 공원 찾기를 통해서 하고 싶던 말은 “일상의 평범한 공원에서 영감을 받아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려던 계획들이 많이 수정되고 축소되었으나, 그럼에도 소통하고 공유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였고 sns를 통한 소통, 유튜브 채널의 활용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예술창작의 측면에서도, 이제 더 이상 파크프로젝트: 숨은 공원 찾기가 구래연 개인만의 작업이 아니라 협업하는 작가들 스스로의 창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함께 한 작가들의 공원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파크프로젝트: 숨은 공원 찾기 1차시에서는 구래연 작가의 프로젝트 소개에 이어서 참여자들 각자의 공원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대화로 나누었다. 참여자들은 다음 2차시를 앞두고, 각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공원을 찾아 방문하고 그곳을 관찰하기로 하였다. 이는 2차시 활동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된다.
+파크프로젝트: 숨은 공원 찾기의 인스타그램 계정인 ‘숨은 공원 찾기’(@findinghiddenpark)를 방문하면 해시태그 사진전, 포스터 배포 등의 시민 참여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