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는 왜 빈 공간이 필요한가
by 황지희
이 질문 자체가 도시의 자본생태와 모순될 수 있겠지만, 나는 도시에는 빈 공간이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빈 공간, 즉 유휴지가 비어있는 땅(Empty space) 또는 목적 없는 건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제 몫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도시의 빈 공간이라고 하면 도서관, 미술관, 콘서트홀과 같이 문화 공간을 떠올린다. 그런 공간은 유휴 공간이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 쉬고 놀려두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때 빈 공간의 전제 조건은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잘 관리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의 공간들은 하나같이 목적에 맞게 기능하고 채워져 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기에, 그곳을 찾는 시민들이 각자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목적 없는 공간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 따라 한시적인 예술공간이 될 수도 있고 놀이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공공의 기관들을 보면, 예산을 낭비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예산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는 시민들이 온전히 쉴 수 있는 곳이 도시 곳곳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 보면, 도시에는 쉴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 집 밖을 나가면 카페와 백화점 같이 소비 중심적인 일상이 반복되는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문화 공간, 휴식 공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나는 시민으로 채워지는 비어있는 땅(Empty Space)이 우리의 도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도시의 빈 공간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