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서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나요?
by 최윤진
길을 걷다 내 코 안으로 스멀스멀 들어오는 담배 냄새는 아직도, 전혀, 끝끝내 익숙해지지 않는 불쾌감을 주고야 맙니다. 나도 모르게 그 냄새를 맡기 전으로 코 안을 씻고 싶을 정도로 나는 담배 냄새가 너무너무 싫어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므로 이해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진정시켜 보지만, 흡연자가 보이지 않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맡게 되는 흡연의 냄새는 순간 욱하고 치밀어오르는 짜증이나 언짢음을 여간 삭히기 어렵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예상하지 못하게 흡연자들은 숨어서 피는 걸까?
내가 그들의 위치를 알면 잠시 숨을 멈추거나 피해 갈 수 있을 텐데...
그들도 아는 거죠. 흡연이 그렇게까지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할만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왜?
흡연이 범죄는 아닌데, 몰래?
그렇죠. 흡연이 가능한 장소가 아니기에 떳떳하지 못한 것이죠.
그렇다면 흡연이 가능한 좋은 장소가 있나?
그렇게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서 찾아보니, 흡연은 가능한 장소보다는 안되는 장소만 법으로 규정해 놓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개인의 자유권에 해당하는 흡연자의 권리보다는 공공복리를 우선하는 혐연권이 우선시되기 때문일 테죠.
비흡연자를 위해 제한한 흡연권이 오히려 이렇게, 드러나지 않게 몰래 숨어 피우기 적당하다 싶은 장소면 그게 어디든, 불특정하게 피우게 되어 역설적으로 비흡연자에게 불특정한 불쾌감을 자주 초래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말했어요. 흡연자들을 왜 이해하려고 하냐고. 그들은 잘못한 사람들인데 왜 편을 들어주려고 하냐고.
맞아요. 저는 그들을 이해해 보고 싶어요. 왜냐구요?
거리의 흡연 문제는 내가 태어나 산 평생 동안 계속되었다. 그 시간 동안 사라지지 않는 문제라면, 앞으로도 이 이상 좋아지기는 힘들 것 같지 않나요. 우리 곁에 쭉 머물렀던 것일 테니 그냥 해결되거나 상황이 더 좋아질 리는 없지 않겠어요.
그럼 나는, 내가 이렇게 불편한 것을 위해 무엇을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늘 기분 나빠하고 그들의 행위를 몰상식한, 몰지각한 행동이라고 불만의 대상으로만 비난해 온 것 말고는 특별히 한 게 없었죠.
아니 이렇게나 불편한데 나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들이 변하지 않는 한 무엇이 바뀌겠는가 하면서 말이죠. 이제는 내가 불편해서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 지금까지 그들을 제한해서 바뀐 것이 없다면, 이제는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피해자로서 다가가는 것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살자고 손 내밀며 고민하는 방향으로요.
다름을 이해하기는 정말 어렵죠. 그리고 이렇게나 싫고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라면, 그 다름과 타협하기는 더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혼자 사는 마을,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니 우리는 더불어 살아야 하죠.
서로 100%의 만족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서로의 입장이 반영되는 방법들에 대한 고민의 시작과 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싫어하고 미워해서 피하는 대상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가는, 함께해야 하는 대상으로 가려면, 우리는 서로에 대해 공부하고 함께 고민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침 상쾌한 산책길, 예상치도 못한 담배연기로 하루의 기분이 더 이상 망쳐지지 않으려면,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흡연하는 그들을 이해하고 공부하고, 함께 고민해주어야 한다는 거죠. 학교에서 좋은 행동, 나쁜 행동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배운 내가, 피부로 깨달은 것 하나는, 세상 일은 절대 이렇게 이분법적으로만 나뉘지만은 않는다는 것과 어떤 현상이든 다른 입장차가 너무나도 크게 존재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는 흡연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를 시작했어요.
여러분은 마을 안에서 이렇게 본인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나요? 그 불편함을 어떻게 대하고 계신가요?
저는 불편함을 주는 것들의 입장에서,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봐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아주 미약하더라도,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 무언가의 입장과 불편한 나의 입장이 어느 지점에서 만날 거예요. 그때부터 서로가 다름을 더불어 살 수 있는 지점이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여러분의 불편함을 알려주세요, 그리고 입장 바꿔서 고민하기를 시작해봐주세요. 당장은 이해가 가지 않을지라도, 일단 함께 논의하다보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