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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는 이웃이 필요할까요

지금 우리에게는 이웃이 필요할까요

by 신희진

 

‘이웃’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서 경계가 서로 붙어 있음. 가까이사는 집,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웃이란 말이 생경하게 들립니다.일상생활에서는 이웃이라는 단어를 말할 기회가 많이 없기도 하고, 오히려 가상의 온라인세계에서나 이웃이란 단어를 부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블로그의 “서로이웃”처럼 말이죠.

 

제가 구미동에 살던 당시 복도형 아파트에 살았는데, 여섯 가구가 살던 복도에서도 이웃을 마주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이사를 한 지금은 그때보다 더 쉽지 않고요.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요즘은 알 길이 없습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핵가족에서 더 나아가 핵개인화가 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이웃의 일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미덕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마침 뉴스 검색란에서 ‘이웃’을 검색해 봤어요. 어려운 이웃을 돌보거나 봉사를 했다는 흐뭇한 소식보다도 이웃 사이에서 층간소음으로 폭행, 스토킹 등으로 관계가 무너졌다는 사건사고가 더 많이 검색됩니다. 무서운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니 마음속에는 이웃에 대한 불신마저 싹이 틉니다. 그런 안 좋은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이웃을 조심해야하나 싶기도 해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이제는 좀 어색할 정도로 오늘날 우리 도시에는이웃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이웃이 없어도 사는 데 문제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이웃이란 존재가 딱히 필요 없어진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우리는 정말로 이웃이 필요하지 않은 걸까요?

 

누군가에게는 관심도 없고 필요도 없는 것 같은 이웃이란 존재를, 저는 “필요 없어!”라고아직은 단언하지 못하겠어요.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삶을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도시의환경이 저에게는 생물과 비생물의 영역으로 분류되는데요, 도시의 생물들 중에서 나/내가족과 물리적 거리가 가장 가까운 존재는 결국 이웃인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를 돌아보면 이웃집에 자주 놀러 가고 저녁을 같이 먹기도 하는 등 이웃과의 친밀한 관계맺기가 자연스러웠는데 요즘은 인사나 안부를 전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졌어요.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누군지도 모르는 이웃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할 때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일이었는데이제는 귀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웃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우리 도시에 있지만, 이웃들 사이의 관계는 점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웃과 더불어 산다’, 이런 이야기도 점점 사라지게 되겠지요.

 

갈수록 파편화되고 개인화되는 도시의 삶이지만 결국 인간의 삶이고,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정의가 변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에게는 여전히 이웃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이웃과 어떻게 관계맺는 방식으로 변화할지가 궁금해져요.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저만의 아쉬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저처럼 이웃이란 존재를 고민하고 있다면, 생각을 나누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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