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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왜 농사를 지을까요

도시에서 왜 농사를 지을까요

by 최명진

 

나는 도시에 살며, 농사를 짓는다. 도시 외곽에 멀리 떨어진 농장이 아니라 도시의 중심인 성남시청 인근에 있는 성남시민텃밭이 내가 농사를 짓는 곳이다. 그 농사도 벌써 몇 해째로 접어든다. 나처럼 도시에서 농사를 접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그러면서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도시에 살면 농사와 인연이 없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도시에서는 흙을 만질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도시에 살다가 우연히 농사를 접한 사람들은 심어놓으면 쑥쑥 자라는 작물들을 보며 처음에는 마냥 신기해한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키운다. 그런데 작물들은 노지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니 병이 들기도 하고 해충이 생기기도 한다. 쑥쑥 자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들기도 하고 보기 싫은 모습이 되기도 한다. 많은 초보농부들은 그런 상황이 생기면 키우던 작물에서 한 발짝 물러난다. “키우는 것보다 사 먹는 것이 낫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맞는 말이다.


도시의 삶에서는 스스로 수고스럽게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다. 마트에 가면 항상 신선한 야채들이 준비되어 있고, 큰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상품성이 뛰어난 작물들을 집으로 가져올 수 있다. “키우는 것보다 사 먹는 것이 낫다”는 말은 농사를 지어보면 실감한다. 아무리 작은 땅이라도 작물을 키워보면, 질 좋은 작물을 수확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된다. 농사꾼의 수고와 땀이 들어가지 않으면 마트에서 보던 작물처럼 자라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왜 도시에서 농사를 지을까?


농사를 지으며, 나는 농사의 과정들이 우리가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발견했다. 병해충이 생긴다든지 물을 끌어오기가 힘든 상황이 된다는지 하는 시련을 겪을 때 대처하는 내 모습은 내가 삶에서 시련을 마주하는 모습과 닮아있었다. 농사의 고난을 마주하고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며, 그 과정에서 내가 가진 삶의 태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농사를 지으며 내가 느낀 최고의 기쁨은 내가 키운 작물들이 최상의 상품이어서가 아니라, 내 작물들이 비록 병해충을 겪었지만 결국에는 이겨내고 튼튼히 자리 잡았을 때의 희열이었다. 내가 키운 작물이 내 먹거리가 된다는 것은 농사의 목적이 아니라 덤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도시에서 흙을 만지는 일은, 생산과 소비를 뛰어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생산성만을 따지면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일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의 도시에서는 점점 흙이 사라지고 있다. 위생적이고 인공적인 도시환경 속에서는 나와 같은 어른들도 흙을 만질 일이 없고, 아이들은 더더욱 흙 앞에서 긴장하고 낯설어한다. 하지만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단지 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목적만이 아닌, 내 몸을 움직여서 얻을 수 있는 큰 보람과 기쁨을 수확하는 학습활동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의 도시에서 흙을 만져서 밭을 일구고 작물을 재배하는 활동은 나의 식탁만이 아니라 나의 마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도시에서 흙을 만지는 일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실행하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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