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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작은 것들과 함께 살면 안 될까요.

도시의 작은 것들과 함께 살면 안 될까요.

by 김선경

 

어떻게 하면 도시에 살고 있는 작은 것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길을 가던 중 우연히 쓰레기봉투가 널브러져 있는 곳을 보게 되었어요. 쓰레기봉투 위에는 검은 새 한 마리가 서성이고 있었죠.
‘아이고, 저놈의 까마귀가 쓰레기봉투를 다 파헤치겠네.’
쓰레기봉투도 지저분한데, 새가 뾰족한 부리로 봉투를 뜯어놓으면 거리가 얼마나 지저분해지겠어요? 상상만 해도 불쾌한 기분에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고 했죠. 그런데 그 순간, 지난 번 특강에서 들었던 강의 내용이 떠올랐어요. 사람들은 도시에 사람이 아닌 다른 생물들이 침입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생물들의 입장에서는 자기들의 주거지에 사람들이침입한 셈이라는 이야기였죠.


저는 발길을 멈추고 쓰레기봉투 위에 있는 검은 새의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인터넷으로 그 새에 대해서 조사해 보았습니다. 까마귀인 줄 알았던 새는 알고보니 집비둘기였어요. 그 사실에 저는 그 새가 몹시 딱하게 느껴졌어요. 이름도 제대로 모르면서 미운 마음부터 들었기 때문인가봐요. 집비둘기는 애초에 산림지역이 아닌 도시, 농경지, 공업지대 등 인간의 생활권 가까이에서 살고 있대요. 그러다보니 인간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거슬리는 문제를 만든다고 하더군요.


집비둘기를 조사하며, 저는 길고양이가 떠올랐어요. 처음에는 길고양이를 도시에서 몰아내고 없애려고만 했는데, 결국에는 길고양이도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식구가 되었잖아요. 물론 지금도 순탄하지는 않고 여전히 미워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많지만, ‘어쩔 수 없어, 길고양이도 도시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생물이야.’라는 생각들이 커진 것 같아요.


모두가 적극적으로 도시의 작은 동물들을 돌보기에는, 당장 나를 돌보기에도 버거운 것이 도시의 삶이죠. 환경을 지키고 싶지만 실천을 할 여유도 없어요. 그래도, 도시는 사람만의 것이 될 수는 없어요. 우리가 원하지 않더라도 길고양이는 결국 도시의 식구가 되었고, 집비둘기도 결국에는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야 해요. 그렇다면 조금 더 순탄하고 조금 덜 아프게,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약을 치고 쫓아내는 시도는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어요. 잠깐은 효과가 있는 것 같아도 결국 고양이도 비둘기도 도시로 돌아오게 돼요, 도시도 그들의 공간이니까요. 그러니 일단은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러다보면 인간이 아닌 작은 생물들과 인간이 도시에서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을까요?

저는 나의 일상을 지켜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찾아보려고 해요. 관심을 가진사람들이 모인다면, 지속적이고 실천가능한 공존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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