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레벨링 지도: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6차시는 수도권 코로나 단계의 격상 예고에 따라,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참여자들은 각자가 지금까지 생각하고 정리해온 아이디어를 메일로 전송하고 개별적으로 발표하고, 향후 이를 페이퍼 형태로 제작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로 하였다. 참여자들은 개별적으로 접속하여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우리 동네의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해 관심을 가지며, 지금까지 다양한 불만들을 말하고 또 관찰해왔다. 그런데 이제 최종차시에 들어서며 다시 돌아보게 된다. 우리 동네에 들어올 행복주택 건설예정지가 문제다, 라고는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그 부지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을 한다. 어쩌면, 도시레벨링은 6차시에 접어든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2. 고민이 더 필요하다
평소에 지인들과의 화제로 흔히 성남에는 녹지가 부족하다, 좋은 공원이 없다고 자주 말했다. 그런데 이를 1페이지로 정리해보며 문득, 내가 말하는 공원이 누구를 위한 공원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공원이라는 말을 그렇게 자주 입에 올렸으면서도, 내가 바라는 좋은 공원이란 어떤 형태의 공원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지 걷고 운동하는 공원만이 공원인가? 다양한 세대들이 어우러진 예술공원은 안 되는걸까? 우리 도시에는 예술공원은 필요하지 않은가? 지금 현재, 마을의 공원은 누가 만들어 놓은 걸까? 우리의 공원에 마을사람들이 참여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공원을 계획하고 만드는 과정에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모두가 함께 만드는 우리의 공원"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3. 상상이 더 필요하다
비오는 날 길을 걷다보면 인도 아래로 콸콸콸 흘러가는 물줄기가 보인다. 그 물줄기를 보면서, 저 물들이 어딘가에 모여서 우리가 평소에 거리를 걸어갈 때 길 옆에서 흘러가는 물길이나 도랑으로 있어준다면 길을 걸을 때 얼마나 즐거울까? 하는 상상을 했다. 우리 도시에 물길이 흘러간다면, 부족한 물자원을 보충하는 일도 되고 또 갈수록 기온이 높아지는 성남의 온실화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터무니없는 것 같은 상상이지만, 이런 상상도 해봄직 하지 않을까?
4. 도시에 필요한 예술
분당구에서 오래 살아오며, 이곳에서는 문화의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당은 경제적으로는 윤택할지 모르나, 인구수에 비해서 문화예술 시설이 몹시 적다. 하지만 타지역의 ‘예술마을’을 보면, 그것이 지금의 내가 사는 도시인 분당에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들만의 천국'이 아니라 다른 것, 가령 마을의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본다. 마을에서 그릴 수 있는 아름다움을 생각해본다. 마을의 녹색, 마을의 노인, 마을의 이야기들…… 그렇다면 마을의 예술창작소는 어떤 형태여야만 할까? 예술가들의 창작성을 지키면서도 창작소의 개방성을 유지하고, 마을 안에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아니, 예술창작소가 새로운 공원이 될 수 없을까?
5. 도시에서 맞이할 노년
마을에서 노인들의 역할은 뭘까? 노인정에 들어가 있는 것 말고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노인들이 자기 이야기를 마을예술가들에게 들려주고, 노인들이 마을의 아기들을 돌봐주고, 그런 <역할>을 주고 싶다. 나의 미래에 하게 될 <역할>을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노인정은 뭘까? 내가 들어가고 싶은 노인정, 자유롭고 느슨한 공동체인 노인정을 상상해본다.
6. 도시에서 함께 하는 공동체
우리 도시에서 혼자 사는 사람은 나 말고 누구일까? 혼자여서 자유롭지만 가끔은 함께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감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굳이 필요할까?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확실히 필요하다고, 나는 그렇게 느꼈다.
최종차시임에도 불구하고, 혹은 최종차시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더 깊은 고민과 자기반성을 했다. 이에 도시 레벨링 지도: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1기가 종료된 후에도 참가자들은 메일과 별도의 피드백을 거치며 계속하여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