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수집가를 위한 조언은 내가 사는 이 도시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에 주목하고, 내가 들은 이야기를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오랜 취재 경력을 지닌 최빛나 방송작가가 현장에서 경험했던 다양한 인터뷰의 사례들을 전하고, 참여자들은 간단한 인터뷰 실습을 통해 이야기를 수집하는 방법을 연습해본다.
인터뷰의 과정은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사전작업: 사전취재, 섭외, 질문지 작성
2) 본작업: 인터뷰 실행
3) 후반작업: 인터뷰 내용 정리 및 기록, 그리고 인사하기
이야기 수집가를 위한 조언 1차시에서는 인터뷰의 과정 중에서 사전작업과 본작업까지를 강의와 실습으로 진행한다.
이야기 수집가를 위한 조언
by 최빛나(방송작가)
1. 사전작업_인터뷰를 앞두고
1) 자신에 대한 소개를 정리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하려면 우선,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에 대한 소개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최빛나 작가를 비롯한 수업 참여자들은 서로를 소개하고 각자가 이 수업에서 기대하는 점을 말한다. 다양한 연령과 입장의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기대를 안고 이 자리에 모였음을 알게 된다.
2) 사전 취재
인터뷰를 할 대상이 정해지면,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단, 무작정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도록 한다.
① 명확한 주제 설정: 인터뷰의 목적을 한 줄로 써본다.
② 많을수록 좋은 정보 수집
인터뷰 대상에 대한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가족관계, 취미, 최근에 시작한 활동, 성격, 좋아하는 농담, 색, 종교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정보를 모은다. 인터뷰 대상이 좋아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좋아하는 스타일의 농담을 준비하고, 종교적으로 거부감을 갖지 않을 소품을 준비하는 등, 실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팁이 된다.
*참고_정보 수집을 위한 인터넷 검색엔진으로는 네이버나 다음보다는 구글 추천한다. 또한 지역신문이나 지자체 홈페이지도 참고하기 좋다. 네이버는 일반적인 검색보다는 1950년대부터의 옛날 기사들을 검색할 수 있는 ‘뉴스 라이브러리’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국회도서관도 좋은 자료실이다.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활동으로는 지역에 있는 부동산, 슈퍼마켓, 미용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3) 섭외
처음부터 인터뷰를 할 대상이 정해져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와 달리 인터뷰의 주제는 있으나 대상은 미정인 채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도시의 어떤 마을에 대한 글을 쓰던 중에 직접 지역을 방문해서 마을 사람이 들려주는 에피소드를 추가할 필요가 발생한다거나, 경기시민예술학교 프로그램 안내 기사를 작성하다가 참여자의 소감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① 사전섭외: 명확한 대상에게 미리 연락을 취한다.
이때에는 자신의 소속, 인터뷰의 목적, 그리고 통화 가능한 시간을 밝혀야 한다. 사전섭외 대상이 처음부터 나와 인터뷰를 할 의사가 없을 수도 있기에, “인터뷰 가능하세요?”가 아니라 “통화 가능하세요?”부터 질문한다. 간단한 5분 질문으로 시작하여, 이 대상이 인터뷰할 만한 대상인지 파악한다.
② 현장섭외: 현장에서 즉석으로 인터뷰한다.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간다. 처음부터 인터뷰를 요청하면 상대방에게 긴장감을 줄 수 있다. 다만, 유쾌한 대화로 시작할지라도 자기 소개가 먼저라는 것을 기억한다. 처음에는 광범위한 주제로 시작하여 갈수록 주제를 좁혀간다. “성남에 대해서 좀 알고 싶어요” - “이 동네에 오래 사셨나요?” - “내년부터 여기는 재개발에 들어간다면서요?” 하는 식으로 차츰차츰 구체적인 질문을 건넨다. 사전취재에서 수집한 정보를 이 때 활용하면 매우 유용하다.
섭외를 할 때는 정중함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상대방은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서 나와 인터뷰를 해주어야 하는 의무가 없다는 것을 기억한다.
4) 질문지 작성
질문지를 작성할 때에는 질문의 감정선을 생각하여 구성하도록 한다. 처음부터 어렵고 핵심적인 질문을 배치하는 것보다는, 편안하고 친근한 대화의 역할을 하는 ‘버리는 질문’들로 시작한다. 대상의 마음이 열리면서 한층 더 깊은 질문으로 진행한다. 포스트잇에 질문들을 하나씩 써본 후, 뗐다 붙였다 하면서 순서를 여러 가지로 바꾸어보면 질문을 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실습1
: 참여자들은 2인 1조로 팀을 짜서 “어제 저녁 8시에 무엇을 했나요?”를 알아내기 위한 인터뷰를 한다. 이를 위해 핵심질문과 비핵심 질문을 작성한다. 1차로 인터뷰를 실행하여 상대방이 어제 저녁 8시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낸다. 그리고 2차로, 동일한 질문들을 순서를 바꾸어서 물어본다. 이를 통해 2차 인터뷰에서는 1차 인터뷰를 바탕으로 보다 심화된 대화가 가능해짐을 발견할 수 있다. 사전인터뷰의 중요성을 체험해보는 것이다.
2. 본작업_만나서 대화하기
①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
인터뷰를 하는 목표는, 내가 만난 대상이 가진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남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이 기록이 ‘마을주민을 인터뷰했다’ 라는 이야기가 될지, ‘마을 역사의 산 증인을 만났다’ 라는 이야기가 될지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나의 노력과 역량에 달려 있다.
② 질문지를 놓는다
인터뷰는 대화이지 취조가 아니다. 질문지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상대방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고 준비해온 문서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 그 순간,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내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바로 그만큼, 상대방도 집중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질문지를 내려놓도록 한다. 이를 통해 질문하는 나 자신도 자유로워진다. 머릿속에는 핵심이 되는 3개의 질문만 넣어두도록 하자.
③ 상대를 춤추게 하는 언어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인터뷰는 대화이다.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는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설마요!” 하고 상대방을 기분 좋게 의심하거나, “앗, 제가 잘 모르는 이야기인데요?” 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등 다양한 방식의 리액션을 통해 상대방이 즐겁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도록 한다. 미리 자료를 준비해서 함께 자료를 보며 상대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거나, 간단한 간식을 챙겨가서 함께 먹는 등의 아이디어도 좋다.
④ 기다림
인터뷰를 진행하다 한 번 정도는 4초간의 침묵을 가져본다. 내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침묵을 통해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침착한 나와 달리 상대방은 불안함을 느끼고 말문을 열기 때문이다. 분위기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단, 남용은 금물이다.
⑤ 진심, 반드시 진심
이야기를 수집하는 일, 인터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자.
*참고: 인터뷰를 망치는 질문
“이렇게 얘기하신 거 맞죠?” 하고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거나, “이렇게 이해하겠습니다.” 하고 압박을 가하는 질문은 모두 인터뷰를 망치는 나쁜 질문의 유형들이다.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 인터뷰를 만드는 자세이다. 아울러, 길고 장황한 질문도 좋은 인터뷰를 위해서는 주의해야 한다. 질문의 길이는 10pt 크기로 2줄을 넘지 않도록 한다.
*실습2
: 참여자들은 2인 1조로 팀을 짜서 각자 자신의 연습상대에게 주어진 질문으로 인터뷰를 한다. 이때 인터뷰를 녹취하고, 녹취한 인터뷰를 스스로 풀어쓰는 ‘프리뷰’를 연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