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레벨링 지도: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4차시는 참여자들 각자가 발견한, 나의 도시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진다.
지도에 보이지 않는 것들
성남에 시립미술관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참여자는 인근 도시의 사례를 궁금하게 여겨서 조사해보았다. 도시+미술관으로 검색해보자 연관 검색어로 도시의 관광 홈페이지로 접속하게 되었고, 그렇게 찾아낸 미술관을 포함한 문화시설의 수를 세어보았다. 성남은 2곳, 수원은 7곳, 용인은 17곳이 있음을 발견했다.
“어린이를 20년간 가르쳤던 경험을 회고해보면, 결국엔 정서교육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물론 부모의 사랑이 가장 중요하지요. 하지만 그 다음으로는 공공의 역할이 있습니다. 나는 성남시에서 문화예술 공간을 성남의 아이들에게 놀이터로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이를 통해 아이들이 풍부한 감성과 건강한 정서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참여자의 말
참여자들은 단지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의 기능을 넘어서서, 시민들이 만나는 지점으로서의 역할을 미술관이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반드시 미술관이 아닐지라도 박물관, 생태공원, 기타 사람들이 찾아가고 머무를 수 있으며 지역에 대한 애착심을 갖게 하는 하는 장소의 힘을 생각한다. 그렇다면 성남시에서 사람들이 찾아가고 머무를 수 있는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지도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
성남시의 유명한 장소 중 하나인 모란장을 다녀온 참가자는, 걷기의 즐거움이 결여되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보행자도로가 고가도로의 기둥과 만나며, 갑자기 걷기가 중단되어버리는 풍경을 들려준 것이다. 찻길 혹은 화단을 밟으며 지나갈 수밖에 없었던 경험은,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어있음을 느끼게 했다.
“신도심과 원도심을 이어주는 것은 오직 자동차뿐이었어요. 걸어서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단지 이동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걷기는 자신의 감각을 온전하게 느끼는 행위인데, 신도심과 원도심의 경계를 걸어서 통과할 수 있다면 심리적 단절이 해소될 거라고 믿습니다. 혹은 경계 지점에 공원이 있어서 누구나 머무를 수 있다면, 그것도 마음을 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참여자의 말
주위를 둘러보는 일
강사는 참여자들에게 주위를 둘러볼 것을 권한다. 천장에 있는 작고 가느다란 파이프는, 평소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것은 조명을 위한 레일이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때때로 조명이 필요한 순간에 조명을 추가하고 원하는 곳에 조명을 비출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조명이 바뀌는 것 만으로도 평범한 사무공간이 특별한 장소가 되고, 이렇게 우리가 마음을 열 수 있는 것이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이 몇 개의 레일이 이렇게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예술과의 첫만남에서 장소의 분위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성남꿈꾸는예술터에서 이렇게 조명의 변화를 줄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는 것은 고민해볼 일이다.
참여자들은 성남을 유심히 살피며 찾아낸 자신만의 불만 혹은 보물을 나눈다. 성남아트센터의 어려운 접근성은 불만의 요소로, 에어쇼가 열리는 서울공항과 네이버 1층의 라이브러리와 탄천은 보물같은 공간으로 언급되었다.
예술가의 시선
예술은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순간에 발생한다. 내가 사는 도시를 살피고, 내가 하는 행위에 대해 생각하며, 당연하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도시 레벨링의 순간도 그렇기에 예술적인 시선이 된다. 나의 시선이 왜 이곳에 머무는 것인지, 왜 나는 도시에서 이런 행위에 몰두하는지, 왜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고민해보는 것은 예술가가 작품을 구상할 때의 고민과 몹시 닮아있다.
다음 시간에는 좀 더 나의 시선을 고민해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