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시와 3차시는 미리 예고한대로 탄천에서 진행한다. 참여자들은 지하철 복정역에서 모여 윤용훈 작가와 고수경 작가를 따라 탄천으로 진입한다. 오후 4시부터 밤 9시까지, 총 다섯 시간 동안 탄천을 걷고 사색하고 촬영한다.
도시 명상 _익숙하지만 낯선 시간
1) 걷기
참여자들은 지하철에서부터 탄천의 출사 장소까지, 한 시간 가량 탄천을 걷는다. 빠르게 걸으면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참여자들은 강사의 가이드를 따라, 최대한 천천히, 무방비 상태가 되도록 노력하며, 자주 발걸음을 멈추면서 걷는다. 되도록 혼자서 걷도록 하고, 자신의 시선을 잡아당기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한다. 단, 이 내용을 글로 적지는 않는다.
2) 도시명상
참여자들은 탄천의 준비된 장소에서 각자의 개인 짐을 내려놓는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삼각대만을 들고 주위를 보다 진지하게 탐색한다. 이때에도 혼자서 탐색하기를 권장한다. ‘혼자’라는 말의 의미는 현재 이 장소에서 혼자라는 것을 넘어서서, 스마트폰의 네트워크를 잠시 멈추고 온라인에서마저 혼자가 된다는 의미이다. 한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비행기모드로 변경하고 홀로 자유롭게 촬영하되, 일몰을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되도록 일몰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를 추천한다. 해가 지기 전, 각자 적당한 장소를 고르고 타임랩스 촬영을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준비해온 음식들을 먹고, 마시며 주변의 공기와 맛, 냄새 등에 대한 다양한 감각을 깨우며 세상을 바라보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3) 쓰기
해가 지면 급속도로 밤이 찾아온다. 참여자들은 촬영한 영상을 에어드롭 등의 기능을 활용하여 윤용훈 작가에게 전송한다. 그리고 고수경 작가와 박성진 작가의 가이드를 따라 글쓰기를 한다. 글쓰기는 오늘 하루 탄천에서 있었던 멈춤과 느림의 경험을 적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 긍정적인 감정, 예상했던 것,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촬영한 영상을 참고하며 글을 써도 좋다. 생각나는 것을 충분히 적은 후에는 오늘의 경험을 정의할 수 있는 제목을 정한다. 제목에는 토요일, 오후, 탄천과 같은 오늘의 객관적 정보는 배제한다.
4) 보기
촬영장소를 정리하고 대왕교 다리 밑으로 이동한다. 다리를 받치는 굵은 기둥을 스크린으로 삼아 오늘 촬영한 영상을 함께 본다. 해당 영상의 촬영자는 자신이 이 영상을 촬영하게 된 이유와 그때의 상황과 감정을 이야기한다. 편집이 들어간 후에는 이 영상들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상상해본다.
5) 익숙하지만 낯선
모두의 영상을 보고 들은 후, 주위의 풍경을 자유롭게 촬영한다. 복정역에서 만나서 처음 이 다리를 지나칠 때의 햇빛 가득한 풍경이 어둠 속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자 전혀 다른 얼굴을 하게 된 다리 밑을 보며, 한 장소가 가진 여러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