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詩_나를 위한 시 읽기, 쓰기는 시집 전문서점 ‘위트앤시니컬’을 운영하는 유희경 시인의 특강으로 진행한다. 시인들의 시를 읽고, 직접 시를 쓰고, 자신의 시를 읽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성남詩_나를 위한 시 읽기, 쓰기
by 유희경(시인, 위트앤시니컬 대표)
1. 누구라도 시인이 될 수 있기를
그 누구도 무엇이라고 정의하지 못하지만 동시에 누구라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시이다.
시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시는 그렇게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며, 누구라도 시를 쓰는 순간에는 짧게나마 시인이 된다. 누구라도 시인이 되는 그 짧은 순간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시를 쓰려면 시에 흥미를 가져야 한다. 시에 흥미를 가지려면 시를 읽어서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시를 많이 읽고, 시를 좋아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시를 쓰고 싶어지게 된다. (음악을 좋아하게 되면 악기를 배워보고 싶고, 노래를 해보고 싶어지는 것처럼)
여러분이 삶에서 힘든 일, 가령 야근을 하고서 시를 쓰며 위로를 받게 된다면 이 수업을 진행한 입장에서는 몹시 보람찰 것이다.
2. 일상시화(日常詩化)
*읽기: 영화 <일 포스티노> 중에서
시란 무엇인가, 하고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시는 뭐든지 되고, 동시에 뭐든지 되지 않는 것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지금 성남詩_나를 위한 시 읽기, 쓰기에서는 시를 메타포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읽기: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중에서
시는 질문이다. 무엇에 대한 질문인지, 그 정답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질문을 통해 누군가가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질문의 책>에 나오는 질문들도 그렇다. 이 질문들은 우리가 먹고 살아가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우리의 삶을 해치지도, 낫게 하지도 않는 질문들이다. 그렇기에 애초에 존재하지 않던 질문들은, 네루다가 질문을 던지는 그 순간부터 나에게로 옮겨 온다.
앞에서 시를 메타포라고 정의했으니, 다시 말하겠다. 시는 질문이다.
우리가 시를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정답이 있다’라고 믿기 때문이다. 시를 통한 문학교육의 방식이 그렇다. 하지만 정답은 출제자가 가진 것이다. 정작 시를 통해 질문을 던진 시인에게는 정답이 없다. <질문의 책> 앞에서는 유희경 시인이든 경기시민예술학교 성남캠퍼스 참여자이든, 다 똑같은 독자이다.
질문: 시인의 영역 | 답: 독자의 영역
은유는 사실 질문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隱喩(숨길 은, 깨우칠 유), 숨은 뜻을 깨우친다는 의미이다. “어느 날 갑자기 무언가를 알게 되는 경험”이다. 어떤 것의 근원에 대한 질문이다.
은유는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본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나에 대해 질문하며 살아간다. 세계는 단 하나도 겹치지 않는 수많은 ‘나’들의 총합이다. 내 글이, 이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쯤은 고민하고 공감하는 것과 접점을 이룰 때 힘이 생긴다.
a=a
a=b
a=z
a=not a
은유는 질문을 던진다. 구체적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이를 통해 세계가 확장된다.
3. 시가 성립되는 과정
무언가를 바라보고 마음을 먹는 데에서 시가 성립된다.
- 대상: 시는 대상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보거나 느끼는 데에서 시가 시작한다.
- 마음먹기: 이 대상을 표현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선택과 배제가 일어난다. 내 눈에 보이는 풍경과 개체들이 남과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자각한다. 사람마다 발생하는 다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한다.
*읽기: 노향림, 윤동주, 기형도, 이원, 박준, 임솔아, 김기택의 시를 함께 읽는다.
시의 유형을 크게 1)묘사시와 2)진술시로 구분해본다.
1) 묘사시
머릿속에 풍경이 펼쳐진다. 시인은 시를 마치 그림을 그려나가듯 서술하고 시공간을 특정하여 정취를 획득한다. 일정한 속도와 순서로 시가 개진되며, 간접적 감각을 통해 이미지화가 일어난다. 시인의 외면에서 시인의 내면을 거쳐 독자의 외면에서 독자의 내면으로 전달이 일어난다.
2) 진술시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마음을 조금 뜨겁게 한다. 시인은 진술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세계에 대한 해석을 들려준다. 시인의 내면이 독자의 내면으로 곧장 쏟아져 들어간다.
*과제: 김기택의 ‘무단횡단’ 같은 일기를 하나 써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