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詩_나를 위한 시 읽기, 쓰기는 시집 전문서점 ‘위트앤시니컬’을 운영하는 유희경 시인의 특강으로 진행한다. 시인들의 시를 읽고, 직접 시를 쓰고, 자신의 시를 읽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by 유희경(시인, 위트앤시니컬 대표)
모든 사람에게는 취향이 있다.
그리고 시는, 취향의 문제이다.
본 수업에 함께 하는 우리 모두는 저마다 취향이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함께 읽는 시는 나의 취향에 기반하고 있을 것임을 기억해주시길.
평소라면 읽지 않을 시를, 이번 시간을 통해 경험해본다는 것으로 의의를 가져보시길.
오늘의 주제- 읽기
읽기와 쓰기는 사실 한몸이다. 읽으면 쓰고 싶고, 쓰면 읽고 싶다. 읽고 쓰고 읽기라는 3차시로 구성된 본 특강은 하나로 연결된 것이다.
시를 읽고 씀으로써 여러분이 시인이 되어보기를 바란다. 시인이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온전하게 집중하고 완전하게 몰두하는 것이다. 단 몇 초의 찰나일지라도. 그 짜릿한 순간을 경험하시길 바란다. 시에 대한 여러분의 편견을 부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듯하다.
1) 시에 대하여
여러분이 생각하는 시란 무엇인가?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다.
시란 예쁘다, 압축, 어렵다, 낭만적이다, 이미지다, 생각이 많아진다, 답이 없다, 함축, 간결, 짧다...
이 말들은 모두 맞으면서 동시에 맞지 않기도 하다. 예쁘지 않은 시, 어렵지 않은 시, 낭만적이지 않은 시, 서사시, 장황한 시, 긴 시... 모두 가능하다. 세상에 답이 없는 게 시뿐인가? 이처럼 여러분의 모든 말은 정답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모두가 가진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2) 시의 과정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이, 자본주의는 “분명하게 말할 것” “간결하게 말할 것”을 요구한다. 의미가 전달되고, 대충 이해하면 충분하다. 우리는 상투적이고 관습적인, 경제적인 표현 속에서 살아간다.
개나리를 보고 “예쁘다”라고 하면, 모두가 분명하고 쉽게 이해한다.
“예쁘다는 것이 뭐지?” 라고 묻기 시작하면 이것은 쓸모없는 일이 된다. 경제적이지 않은 것이다. “개나리가 왜 예쁜가?”, “예쁘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묻기 시작하면 의심하는 사람이자 말꼬리 잡는 사람이다. 마치 소크라테스처럼 말이다. 그렇게 보면, 소크라테스는 시인의 방식으로 말하는 철학자이다. 계속해서 묻는 사람이니까.
“이 개나리는 어떻게 예쁜가? 얼마나 예쁜가?” 나아가 “이 예쁨을 어떻게 전달할까?” 이렇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생각이나 관찰들. 바로 이런 것들이 세상을 바꾼다. 뉴스를 보고 분노하기는 쉽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한번 더 의심하고 한번 더 고민하는 것. 그것이 시인의 역할이다. 그러므로 나는,
- 오늘 개나리를 보았다. 참 예뻤다.
라는 시를 “나쁜 시”라고 말한다. 상투어를 굳건히 한다는 점에서 나쁘다. 나는, 시인들은 공감을 불러오는 시에 반항한다. 공감은 우리 사회의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고 강화하기만 한다.
누구나 생각하는 것,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것은 감히 말하건대 시가 아니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은 시가 아니다. 모두에게 동일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이것은 시가 아니다. 이쯤에서 여러분은
“모두가 아름다워하면 좋지 않아?”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모두를 ‘생각하게’ 한다면 좋은 아름다움이다. “4월은 잔인한 달”, 이라는 말에 모두가 자신의 4월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 개나리를 앓다.
이런 시를 “좋은 시”를 향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개나리는 예뻐하는 세계에서 나와서, 개나리를 아파하는 세계로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픔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의 아픔을 알 수 없지만,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픔은 경험을 증가시킨다. 저 문구를 적으면서 나는 작년의 개나리가 죽고, 올해의 개나리가 새로 태어남을 생각한다. 왜 태어났을까 생각한다. 질문을 던져본다.
3) 시 읽기
시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가 시라고 부르는 것, 시 비슷한 것, 각자가 생각하는 시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려고 하는 행위이다. 시는 근본적으로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아름다움이란 뭘까? 아름다움을 읽으려고 하면 독자, 쓰려고 하면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 읽기자료: 박용래 <점묘>
참여자들은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감정을 말한다.
± 읽기자료: 최지은, <기록>
참여자들은 시의 배경과 시인의 행위, 그리고 시인의 기분을 상상해본다. 또한 자신의 마음에 남는 한 줄을 찾아본다.
<점묘>와 <기록>, 묘사시와 진술시를 비교해본다. 이번 특강에서 우리는 묘사시를 써보기로 한다.
± 읽기자료: 나태주의 <풀꽃>, 정현종의 <섬>, 김종삼의 <장편2>
참여자들은 위의 시들을 함께 읽고 이야기한다. 시인이 본 것의 기록인 <장편2>가 시가 되는 지점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 읽기자료: 노향림 <1950>
진술의 부분과 묘사의 부분으로 나누어서 다시 읽는다. 난해한 시를 조금 더 이해하는 방법이 된다.
± 읽기자료: 이현승 <노래하는 딸기>
참여자들은 떠오르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시를 읽고 당장 그 기분이 되지 않더라도, 그 기분을 앎직하다는 것은 의미가 있음을 이해한다.
± 읽기자료: 문태준 <가재미>
진술과 묘사를 분리해서 나누어 읽어본다. 이를 통해 시라는 것은 우리 삶에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시는 찰나로 숨겨져 있다. 시인은 마치 일기를 쓰듯이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어느 한 장면을 잡아낸다.
±읽기자료: 김기택 <무단횡단>
일상의 순간에서 시를 발견하는 찰나를 생각해본다.
* 과제: 한 주를 보내며, 일상에서 경험한 감정의 순간을 적어서 시인에게 보낸다.